(사진=연합뉴스)

디지털 가상 화폐 '비트코인'이 지난 2009년 탄생 후 정부 및 중앙은행의 개입없이 개인간 거래가 가능해 새로운 대안 화폐로 각광 받아오자, 최근 세계 각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 개발에 본격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디지털 화폐'는 디지털 방식으로 사용하는 형태의 화폐를 의미한다. 금전적 가치를 전자적 형태로 저장해 거래할 수 있는 통화를 가리키며 ▲전자화폐 ▲암호화폐 ▲중앙은행 CBDC 등이 포함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80%가 이미 디지털 화폐에 관한 연구나 실험,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BIS는 "오는 2026년에는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20%가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CBDC 열풍이 불붙기 시작하자,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 전담 조직을 꾸리고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 등을 위한 선행 연구에 돌입했다.

한은은 올해 중으로 중앙은행 CBDC 도입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하며, CBDC와 관련한 법률·제도적 정비 방안도 선제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중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관련한 가상환경에서의 파일럿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관련 법률·제도 정비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은 지난 14일 포항공대(포스텍)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함께 중앙은행 CBDC 기술검증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8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디지털 뉴딜 추진을 위해 포스텍과 함께 '테크핀 산학협력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이번 산학협력은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 분야를 공동으로 연구하는 첫 사례다.

하나은행은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할 때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검증해 시중은행이 정상적인 유통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이달 말까지 시범 시스템을 구축 나설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가상 시나리오 검증을 시작으로 한국은행의 CBDC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추가 기술검증을 수행하겠다"며 "하나은행은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CBDC 도입에 적극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인 디지털 화폐 열풍과 제도권 편입 움직임이 일자 CBDC와 암호화폐에 관심이 뜨겁다. 다만, CBDC와 가상화폐(virtual money)의 차이는 극명하다.

가상화폐란 암호를 사용해 발행·거래하는 화폐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이 있다. 액면가가 고정된 CBDC와 달리 암호화폐의 교환가치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민간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는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전 씨티은행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고문이었던 제임스 리카즈는 "비트코인은 결코 유용한 형태의 통화가 아니고 CBDC는 거버넌스, 중앙화시스템, 암호기술 등 모든 요소를 미리 고안하기에 비트코인과는 디지털이라는 점 빼고는 완전히 다르고 연계성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가상화폐는 극심한 변동성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가상화폐 시장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기업의 가상화폐 시장 진출, 각국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 유지로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과 변동성이 너무 커 현 상승세가 저지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 가상화폐 주류로 떠오르나…"코인베이스, 뉴욕 증시 데뷔"

미국의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15일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로써 코인베이스는 가상화폐 거래소 중 미국의 증시에 처음으로 상장한 기업이 됐다.

코인베이스는 전통적 상장 방식인 기업공개(IPO)를 택하지 않고, 직상장을 선택했다. 직상장은 신규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 기존에 가진 주식을 상장하는 것이다. 종목 코드는 'COIN'이다.

이날 나스닥 직상장 첫날 장중 시총은 1120억달러(약125조원)에 달했다.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나스닥 직상장 첫날인 14일(현지시간) 준거가격 대비 31.3% 폭등한 328.28달러로 마감됐다. 완전 희석기준으로 코인베이스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즉 시총은 858억 달러에 달했다.

(자료= Bloomberg, CEIC, Coinmarketcap.com,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은 가상화폐 산업이 주류에 편입되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큰 변동성 탓에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제도권 증시로 진입하는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코인베이스의 수익구조는 거래수수료다. 순이익의 96%가 이용자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빋는 수수료에서 나온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이번 상장을 가상화폐가 월가 금융시장 '주류'에 진입하는 역사적인 이정표로 환영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방향성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 효과로 8천100만원대 신고가를 기록한 비트코인이 15일에도 80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1비트코인은 8033만4000원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앞서 14일 오후 자체 신고가인 8145만원까지 뛰었다가 이날 새벽 이후 8000만원선으로 소폭 떨어진 상태다.

지난 13일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6만2965달러로 사상 최고치 가격을 기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의 투자 열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지불수단으로서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IB(투자은행)를 중심으로 한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인 가능성과 일론 머스크발 팬덤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일론 머스크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going to moon very soon(달에 매우 빠르게 갈 것)'이라는 토막 글을 남겼고 투자자들이 이에 반응하면서 도지코인 가격이 크게 급등하는 등 일론 머스크 팬덤 효과가 가상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 강화과 더불어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강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