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 금융시장에 진출한 빅테크가 주도하는 '간편결제 시장'에 금융사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금융업계는 '간편결제 시장'을 통해 자사의 뱅킹 앱을 더 이상 금융상품 판매 앱이 아닌, 개인화된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모양새다.

특히, 업계는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지주 계열사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저마다 차별화된 혜택과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구축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당초 은행이나 카드사가 제공한 결제망을 통해 결제가 가능했다면, 이제는 ▲모바일 앱(어플리케이션)▲바코드 ▲QR코드 등 방식을 이용해 연동형 통합결제가 가능해진 셈이다.

◆ 금융사, 디지털 결제 플랫폼에 본격 '시동'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0일 그룹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 '신한페이'를 출시했다. 신한페이는 신용·체크카드 결제와 계좌결제, 선불결제 등을 활용해 신한카드의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기존 신한카드의 '신한페이판'에서 사용 편의성과 고객 확장성이 대폭 개선됐다.

신한은행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면 누구나 계좌결제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체크카드를 발급받고, 터치결제 기술을 활용해 전국 신한카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실물카드 없이 결제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계좌잔액이 카카오페이에서 연동돼 결제되듯이, 신한페이도 같은 방식이다.

신한금융은 향후 신한금융투자와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신한쏠(SOL)' 등과 연결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은행 계좌가 없거나 계좌 개설이 어려운 고객을 위해 별도의 결제수단을 제공해 신한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추가할 방침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DT 전략에 맞춰 신한만의 차별화된 결제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신한페이'를 개발했다"며 "앞으로도 카드 1위 사업자의 결제 인프라와 은행·금투 등 그룹사 시너지를 바탕으로 간편 결제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 역시 종합 금융플랫폼을 지향한 'KB페이'를 지난해 출시했다. 신용·체크카드를 포함해 계좌, 상품권, 포인트 등의 결제 수단을 등록·사용 가능하다.

▲QR코드 ▲바코드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도입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플라스틱 카드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계좌 간편 송금 ▲해외 송금 ▲외화 환전도 이용 가능하다.

이 밖에도 우리금융그룹 간편결제의 가장 큰 과제인 가맹점 확보를 위해 경쟁기업인 NHN페이코와 손잡고 '우리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간편결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새로운 고객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간편결제 시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각사제공)

◆ "위기를 기회로"…'결제 플랫폼 전쟁' 본격 서막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권에 본격 진입한 가운데 금융사들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빅테크와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냉철한 진단이 있어야만 새로운 10년을 내다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실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핀테크와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신한만의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역시 "빅테크의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로 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시대가 도래해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며 "빅테크의 금융 진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품판매에서 종합자산관리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하며, 빅테크 기반의 개인화 고객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초개인화 마케팅 구현을 통해 고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평생 금융파트너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올해는 마이데이터나 종합지급결제업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수많은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의 벽을 허물고 우리와 혁신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디지털 플랫폼은 금융회사 제1의 고객 접점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한 전사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플랫폼을 혁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핀테크를 넘어 빅테크 업체의 금융업에 대한 공세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했다"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손님 기반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손님들이 머물고 혜택을 누리는, 하나금융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업계의 이같은 행보는 결제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가 신사업 진출까지 이어지는 '마이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증권 ▲카드 ▲대출 ▲보험 등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은행과 고객 간 유일한 소통창구였던 오프라인 점포는 갈수록 축소·통폐합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결제 플랫폼 전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