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반일이나 혐한 감정을 지양하고, 공동의 이익을 찾아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21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양국 협력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축사에서 "한일 정치권이 반일·혐한 감정을 지지층 확보를 위해 이용하기도 했다"면서 "이러한 대립적 정서를 누그러뜨려 양국 정책 결정권자가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자민당 간사장도 축하 영상에서 "한일 양국 관계가 과거사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선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이를 위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인적교류 복원 ▲ 탄소중립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협력 ▲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 등 민간경제단체의 교류 강화 등을 제안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역사문제에 대한 국민 인식과 한일 간 힘의 균형이 변화하고 있다며 양국 사이 새로운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은 '외교·정치적 측면의 한일관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최근 한일갈등은 이익 충돌이라기보다 신뢰의 상실과 감정 대립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인의 마음에 와닿는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전제로 한 한일 관계 구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양국 간 이슈보다는 미중 갈등 속 안보와 생산 및 기술, 디지털 무역 등에서 협력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5가지 경제협력방안을 제시했다.
▲ 한일 상호 백신 여권 도입과 트레블 버블(방역 우수국가끼리 여행객에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제도) 체결 추진 ▲ 한일 통화스와프 추진 및 치앙마이이니셔티브 실효성 제고 ▲ 한일 인력 활용 극대화 방안 마련 ▲ 탄소 저감 기술교류 활성화 등이 담겼다.
토론에서는 미·일이나 일·중 관계에서 한·일관계 개선의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이 나왔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중 경제는 일본의 기술과 중국의 시장이 결합한 매우 강고한 상호 보완관계"라면서 "일본 입장에선 미일 동맹이 중요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 전략에 동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과 중국이 이런 갈등 소지에도 상호보완적 관계를 발전시켜 온 것을 참고해야 한다면서 "한국과 일본도 정치적 갈등과 분리해 ▲반도체 ▲배터리 ▲수소개발 ▲탄소 저감기술 등에서 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모리야마 토모유키(森山朋之) 서울재팬클럽 이사장은 "지난해 아세아·오세아니아 진출 일본기업 대상 조사에서 흑자회사 비율은 한국이 1위였지만 사업을 확장하려는 비율은 17위였다"면서 "한일관계의 악화도 이유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전경련도 일본 경단련 등과 신재생에너지 등 ESG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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