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부터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의 처리,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모의실험에 착수한다.

한은은 28일 공개한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가상환경에서의 CBDC 모의실험을 통해 제조, 발행, 유통, 환수, 폐기 등 CBDC 생애주기별 처리 업무와 함께 송금, 대금결제 등 서비스 기능도 실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담긴 'CBDC 연구 추진 단계' 일정표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3월 CBDC 모의실험 관련 컨설팅을 받고 업무 프로세스 설계, 시스템 구조 설계, 구축사업 실행계획 수립 등을 마쳤다.

이후 6월부터 내년 1월까지 CBDC 모의 시스템 구축과 가상환경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2월 CBDC 연구와 기술을 전담할 조직(디지털화폐연구팀·기술반)을 늘려 CBDC 관련 기술적, 법적 필요사항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종렬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모의실험 이후 계획과 관련해 "한국은행 내 프로세스를 갖춘 뒤 다른 금융기관, IT(정보통신기술) 업체 등이 참여한 상태에서 CBDC 유통 과정, 업무 프로세스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발행 여부에 대해서는 "모의실험은 발행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CBDC 관련 연구일 뿐"이라며 "도입 여부를 결정하려면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 국장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한은의 정의를 묻자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한은뿐 아니라 대부분 정부와 중앙은행의 생각이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 가상가산 관련 부처 회의에) 한은을 부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가상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나라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도 가상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해외 CBDC 추진 현황도 소개했다.

한은은 "중국인민은행의 CBDC 시범사업 추진, 2019년 6월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계획 발표 등을 계기로 CBDC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국제논의가 더 활발해졌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를 말한다. 페이스북이 최근 디엠으로 이름을 바꾼 리브라가 대표적 사례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스웨덴은 현재 각 CBDC의 시범운영과 가상환경 테스트 단계에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등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거나 기술 실험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미국, 유럽 등 주요국과 CBDC 연구그룹을 구성해 CBDC 구현 가능성, 활용 방안을 연구해 그 결과를 지난해 10월 구체적 보고서로 발표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 등 관련 위험이 제기되면서 국제기구나 EU(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규제·감독·감시 원칙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