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신용)이 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2003년 이전 가계신용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사실상 최대 기록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가계신용은 매분기 역대 최대 기록을 깨고 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1분기 말 가계신용은 작년 4분기 말(1681조8000억원)보다 37조6000억원(2.2%) 늘었다. 증가 폭이 직전 분기(지난해 4분기·45조5000억원)보다 약 8조원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1분기 말(1천611조4천억원)과 비교하면 가계신용은 1년 새 153조6천억원(9.5%)이나 불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액으로는 2003년 통계 편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1분기 말 현재 잔액은 1666조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사상 최대 기록으로 지난해 4분기 말(1631조5000억 원)보다 34조6000억원 또 늘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931조원)은 1분기에만 20조4000억원이 불었다. 증가 폭이 작년 4분기(20조2000억원)와 비슷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35조원)도 1분기에 14조2000억원 늘었지만, 증가 폭은 직전 분기(25조5000억원)보다 11조원 이상 줄었다. 금융당국의 규제와 은행권의 적극적 대출 관리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지난 1분기에도 주택 매매, 전세 거래 관련 자금 대출 수요가 이어져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규모로 증가했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주식투자 수요 등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추이를 창구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말과 비교해 예금은행에서 18조7000억원, 상호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등 은행 외 예금 취급 기관에서 5조6000억원, 보험회사 등 기타금융기관에서 10조3000억원의 대출이 늘었다.
1분기 판매신용 잔액은 99조원으로,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직전 분기보다 3조1000억원(3.2%) 증가했다.
송 팀장은 판매신용(결제전 카드사용액)이 늘어난 데 대해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소비 부진 현상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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