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3만1000달러로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9년 국민계정(확정)·2020년 국민계정(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881달러(원화 3762만원)다.

지난해 환율이 1.2% 오르면서 미 달러화 기준으로 전년보다 1.0% 줄었으나 원화 기준으로는 0.2% 늘었다.

한국은 2017년에 3만1734달러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었고, 지난해까지 4년째 3만달러대를 유지했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다. 한 나라 국민의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 기준으로 인식돼왔다.

한은은 올해 1인당 GNI는 전년 대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현재까지는 상승세라서 명목 성장률이 꽤 높을 것"이라며 "원화가 큰 폭의 약세만 보이지 않는다면 플러스(+)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만7756달러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원화로는 2095만2000원으로, 2.3% 늘었다.

PGDI는 국민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소득으로, 실질적인 주머니 사정을 보여주는 지표다.

1인당 GNI는 2년째 감소했지만, 지난해 1인당 PGDI는 2019년(1만7565달러)보다 소폭 늘었다.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는 연 -0.9%다. 올해 3월 발표 당시(-1.0%)보다 0.1%포인트 올랐으나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22년 만에 겪는 역성장이다.

2019년 GDP 성장률 확정치는 연 2.2%로, 0.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 명목 GDP는 1933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0.4% 증가했다. 1998년(-0.9%)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인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대비 1.3% 상승했다. 2017년 2.2%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박 국장은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건설과 설비투자 중심으로 낮아졌으나 원유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교역 조건이 전년보다 개선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저축률은 35.9%로 전년(34.7%)보다 1.3%p 상승했고, 국내총투자율은 전년(31.3%)보다 0.3%p 오른 31.7%를 기록했다.

가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 순저축률은 11.9%로 전년(6.9%)보다 5.0%포인트 상승했다.

박 국장은 "가계 소득은 증가했으나 소비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가계 순저축률이 큰 폭으로 올랐다"며 "순저축률이 높아지면 경기가 회복하거나 코로나 상황이 많이 개선될 경우 펜트업 디맨드(억눌린 수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67.5%로, 1년 전보다 1.2%p 올라 통계 공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용자보수(급여)가 소폭 증가하고 기업의 영업잉여가 감소를 지속한 결과다.

박 국장은 "노동소득분배율은 경기 순환적인 특징을 보이는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분배율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경기가 좋지 않다면 기업 영업잉여는 줄어들지만, 임금은 잘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이란 한 나라에서 한해 생산활동으로 발생한 소득 가운데 자본을 제외한 노동에 배분되는 몫을 가리킨다. 피용자보수를 국민소득(NI·피용자보수와 영업잉여의 합계)으로 나눠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