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이전 발언보다 강도 높은 표현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11일 한은 창립 제71주년 기념사를 통해 "하반기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전개상황, 경기회복의 강도와 지속성, 그리고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시기와 속도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물론 이 과정에서 경제주체들과 사전에 충분히 소통함으로써 이들이 충격없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그간 취해온 확장적 위기대응 정책들을 금융·경제 상황 개선에 맞추어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것은 우리 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도 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답하며 처음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언급은 뚜렷하게 하반기 이후 역점 사항으로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질서있는 정상화'를 꼽았다는 점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좀 더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10일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도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 중 "한은의 긴축기조 시사"라는 표현을 바로잡으면서 "기준금리가 0.5%로 낮은 수준이지 않습니까. 경기상황이나 금융안정 상황, 물가 상황 봐서 (기준금리를) 한 두번 올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긴축'이라고까지 봐야하느냐, 그건 아닐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낮은 수준에서 소폭 점진적으로 올려가는 것을 긴축 기조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두차례 금리 인상은 '긴축 기조'로의 전환이 아니라 '완화적 통화정책의 정상화'라는 한은의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기념사 곳곳에서 우회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도 밝혔다.

우선 그는 경제 진단 부분에서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부진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대면서비스업의 회복이 여전히 더디고 취약계층의 고용 사정이 아직 어렵지만, 수출이 큰 폭 증가하고 설비투자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며 소비도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금융 불균형' 누적의 위험도 여러 차례 경고했다.

이 총재는 "각국이 시행한 전례 없이 과감한 경기부양 조치들이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막아 고용·소득 불안을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면서도 "그러나 경제주체들의 위험 추구 성향이 강화되면서 실물경제에 비해 자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고, 그 결과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고 민간부채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최근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과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시장 불안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취해야 한다. 최근에는 부동산, 주식뿐 아니라 암호자산으로까지 차입을 통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가계부채 누증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으로, 대내외 리스크(위험) 요인들이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정부·감독 당국과 함께 적절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