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 관리에 나서기로 한 이후 무더기 '잡(雜)코인' 정리가 벌어지는 배경에는 역시나 코인 시장이 '무법지대'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거래 유의 종목 지정 후 거래 지원 종료(상장 폐지)까지 걸리는 기간도 거래소마다 제각각이여서 해당 거래소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거래소들이 잡코인을 정리하는 이유는 9월 25일 이전에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에 낼 사업추진계획서에 신규 가상화폐 상장 절차와 가상화폐 공시 체계 운영 방법 등을 적어야 하며 은행 실명인증 계좌를 받을 때 잡코인 개수가 많은 거래소는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17일 코인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갖춘 주요 4대 거래소의 거래 지원 정책상 유의 종목 지정 후 폐지까지 기간이 서로 다르다.

거래대금 규모 1위인 업비트는 내부 기준에 따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통상 일주일간의 소명 기간을 코인 발행 주체에 허용한다. 이 기간에 제대로 된 소명을 하지 못하면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빗썸은 이보다 더 길다. 빗썸은 유의 종목 지정을 공지한 날부터 30일간 유예 기간을 두고 거래 지원 종료 여부를 정한다.

코인원의 경우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후 상장 유지를 위한 개선안을 제안한다. 이후 2주 이상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 폐지를 결정한다. 검토할 수 있도록 2주 이상 기간을 줄 뿐, 언제까지 다 끝마쳐야 한다고 못 박지는 않았다는 게 코인원의 설명이다.

4대 거래소 가운데 상장 코인 수가 가장 적은 코빗은 거래소 개설 이후 한 차례만 유의 종목 지정 후 소명을 요청했는데, 이때 한 달가량의 기간을 줬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딱히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간이) 서로 다를 수 있다"며 "(기간이 길든 짧든)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소의 모든 마켓(시장)에서 코인이 사라지는 상장 폐지와는 별개로 개별 마켓에서만 거래가 막히는 '페어 제거'는 또 경우가 다르다.

업비트는 이달 11일 오후 5시 30분 공지를 통해 마로(MARO), 페이코인(PCI), 옵져버(OBSR), 솔브케어(SOLVE), 퀴즈톡(QTCON) 등 코인 5종의 원화 마켓 페어 제거(18일)를 알렸다. 업비트가 내세운 이유는 '내부 기준 미달'이었다.

원화 마켓 페어 제거란 원화 마켓에서의 거래 중단을 뜻하는 것으로, 비트코인(BTC)이나 테더(USDT) 마켓에서는 해당 코인의 거래를 계속할 수 있다.

마켓 페어 제거는 업비트에서는 처음 있던 일로, 상장 폐지 과정상 유의 종목 지정 공지 같은 사전 절차가 따로 없다. 모든 마켓에서 코인이 사라지는 상장 폐지가 아니기 때문에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는 게 업비트 설명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큰 폭의 변동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원화 마켓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상장 폐지했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 청원에는 16일 오후 5시 현재 2755명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