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영 부국장

경기도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로 진화에 나선 소방관이 사망했다. 선반 위 가연성 물질이 갑자기 쏟아져 내리면서 일어난 사고로 50대 가장이 목숨을 잃었다.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화재 진압 현장인 것을 고려한다고 해도 화재 원인이 안일한 사고방식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던 사고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오롯이 회사의 몫이다. 그런데 쿠팡은 이번 화재의 원인 외에도 그동안 수많은 지적과 비판이 있었음에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아 이번 문제도 스리슬쩍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이번에 쿠팡이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렇게 큰 규모의 물류센터에 제대로 된 냉방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30도가 넘는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분류 작업을 하던 이들을 위해 설치한 것이라곤 선풍기가 전부였다고 한다.

수조 원의 영업손실이 날 때도 “우리는 끄덕없다”며 마이너스를 감수하면서 고객 잡기에 골몰했던 쿠핑이었지만 회사를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는 자린고비 그 자체였다.

쿠팡이 여론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이른바 '쿠팡맨(현재는 쿠친)' 때문이었다. 애초 쿠팡맨 가운데 지입으로 쿠팡과 거래한 이들은 분류작업에도 동원됐다. 자신들이 배달해야 하는 상품을 본인이 직접 차량에 실어야 했다. 노동 강도가 논란이 되자 쿠팡은 쿠팡맨을 직접 고용하며 논란을 잠재우는 듯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되면서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쿠팡맨 인원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물량이 늘어나자 회사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상품을 배송하게 했고 이 과정에서 40대 신입 쿠팡맨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쿠팡은 사망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코로나19로 물량이 늘긴 했지만 인력을 충분히 늘렸고 트레이닝 기간 중이라 물량도 많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쿠팡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등 신개념 물류시스템을 도입하면서부터다. 전날 주문하면 무조건 다음 날 받는 로켓배송, 식사 준비를 위해 새벽에 식재료를 받을 수 있는 로켓프레시 등 쿠팡은 상품을 주문하는 사람들의 필요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그러나 역효과도 컸다.

주문량이 많아졌지만 쿠팡맨의 임금은 상승 폭이 적었다. 게다가 ‘쿠팡플렉스’라는 새로운 배송인 체계를 뒀다. 건당 배송료가 높아 사람들이 몰렸다. 이들 가운데 일반 승용차로 배송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일반 차량으로 돈을 받고 배송을 하면 불법이다. 영업용 번호판을 받아야 하지만 일반인들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택배에 나선 것이다.

자동차보험 가입 시 보험사에서는 차량을 택배 등에 사용하는지 묻는다. 그만큼 사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혐료 산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택배용으로 사용하면서도 일반 승용차라고 했다가 자칫 사고라도 발생하면 제대로 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당시 쿠팡은 이 같은 것을 알면서도 슬쩍 눈을 감았다. 그나마 2020년 7월 '자동차보험 화물 유상운송 특약'이 생기면서 사고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쿠팡은 법을 너무나도 우습게 봤다고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한국에서 물류에 대한 온갖 테스트를 한 후 시스템이 완성되면 세계로 진출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한국은 그야말로 신개념 물류의 '테스트 베드'가 되는 셈이다.

다양한 방식의 테스트를 진행해 어떤 경우에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어떻게 하면 적은 인원으로 많은 양의 상품을 배송할 수 있는지 등을 시험해 보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이가 쿠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며 탈퇴를 했고 지금도 탈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을 쿠팡은 크게 개의치 않을 수도 있다. 자신들의 서비스에 중독된 이들은 편리함을 버리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잠시만 숨죽이고 있으면 된다고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분명 쿠팡은 간과했다. ‘인권 무시’를 했던 기업이 망하지는 않지만 최고 경영층이 법정에 서고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가 수모를 당했다는 것을 말이다.